이시영 시인이 동족간의 비극적인 전쟁, 6.25 30주년에 동아일보(1984)에 게재한 시(詩)를 소개합니다.
삼십년
깊은 산 외로운 골짜기에
버려진 무덤 하나
풍우에 시달리고 세월에 깎여
작은 돌기만 남은
벌거숭이 무덤
6.25때 총 맞아 동료를 놓친
한 이름없는 북녘 병사의 것일까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헤매다 쓰러진
어느 남녘의 어머니의 무덤일까
아무도 다니니 않는 적막 산길에 엎드려
해마다 봄이 오면 무덤가에 화사한 아기진달래를 피워
건너서 갈 수 없는 찬 벼랑을 불태운다
이편 저편 갈라선 온 민둥산을 불태운다
골짜기로 시작된 이 시는 전쟁의 아픔을 스산함으로 이끌어 갑니다. 무덤은 비극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그 무덤을 북녘 병사와 남녘의 어머니의 것으로 대비시키면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의 절정은 비극으로 마치지 않습니다.
봄의 소망을 심어주고 무덤가에 핀 진달래는 전쟁에서 쓰러진 이들의 희생들이 헛되지 않는 아름다운 결말을 꿈꾸게 하고 있습니다.
6.25의 동족간의 비극은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흔(傷痕)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그 비극의 아픔에 머무르지 않으며, 무덤가에 핀 진달래와 같은 희생과 기도함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꿈꾸고 싶습니다.
건너서 갈 수 없는 찬 벼랑을 불태운다 / 이편 저편 갈라선 온 민둥산을 불태운다
우리교회가 지난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면서 기도가운데 북한선교회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에 그 날이 속히 임하기를 꿈꾸며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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