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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언

내가 이 땅을 떠날땐, 하나도 남기지 말아주오. 묘지도 비석도 만들지 말고, 어차피 장기들은 기증되었으니 깨끗하게 불살라 화장해 주오. 뼛가루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한 구석에 뿌려주오. 이 죗된 몸 이 땅에 흔적남기는 것조차 너무 부끄럽소. 그저 나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뼛속까지 목사이길 원했던 사람이었다" 정도 남는다면 나에겐 큰 영광일거요.

 

사랑하는 여보!

나 같은 사람 지극히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살아줘서 너무 고맙소. 한 남자으로서, 목사로서 당신을 만난게 얼마나 감사한지... 날 믿고 따라다니느라 참 고생많았소. 그래도 나는 늘 당신만한 사모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소. 당신과 함께 이 땅을 떠나 천국에 가면 좋겠다 했는데... 끝까지 함께 하질 못해서 미안해요.

많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젠 무슨 소용이 있겠소? 너무 울지말고 자신없어 하지말고, 씩씩하게 살아야 해요. 천국에서 당신을 볼수만 있다면,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을 거요. 난 당신을 항상 응원할거니까. 혹, 당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생기거든 당신의 남은 인생을 외롭지 않게 살아요. 그 사람에게 당신을 맡기는 거니까 난 괜찮아요.

나도 당신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거 알아줘요.

 

사랑하는 헌겸. 해겸아

우리 가족이 걸어왔던 믿음의 추억과 그 길을 절대로 잊지 말거라. 앞으로의 삶에도 믿음의 길을 걸으면, 하나님이 지키시고 인도하실 거라 믿으라. 막막한 현실을 만나도 마침내 길을 여시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거라.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너의 삶의 가치를 두거라. 거기에서 삶의 의미가 세워지고 거기에 하늘의 기쁨이 내려온다. 아빠는 너희가 무엇을 하며 살든지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해도 그 삶이 행복하다면, 그 길이 옳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 삶의 작은 유익은 포기하더라도 명예를 택하라. 무엇이 되려고, 무엇을 얻으려는 욕심에 목숨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라.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그 일의 의미를 찾아라. 무슨 일이든지 양(量)을 멀리하고 질(質)을 잡으라. 삶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깊이 있는 삶을 추구하라. 결혼대상자는 반드시 같은 신앙의 길을 가야한다. 그리고 둘이 서로 신앙의 격려자요 대화상대요, 그리고 신앙에 도전을 주는 자이면 좋겠다.

너희가 있는 곳에서, 목사 이상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 쓰임받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혹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낄때는 목사의 길을 주저하지 말아라.

엄마를 부탁하고 막둥이를 부탁한다. 그리고 너희는 항상 나의 기쁨이었단다. 사랑한다.

 

사랑하는 막내에게

너는 엄마 아빠의 위로였고, 기쁨이었고, 활력소였단다. 아빠가 늘 말했듯이, 네 입에는 진실만 담아라. 너의 입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수도 있고, 너의 입이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데 사용될수도 있기 때문이야. 하나님이 너에게 주신 많은 달란트(재능)들은 나누라고 주신 것임을 잊지말아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며, 무슨일을 하든지 즐겁게 하며, 누구를 만나도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라. 그저 길을따라 걷는자보다는, 길을 만드는 자가 되라.

아빠가 오래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많이 많이 사랑했단다. 넌 막내이니까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을텐데 엄마에게 힘이 되어주거라. 사랑한다. 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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